삼성전자는 어떤 기업일까? 우리가 잘 모르는 진짜 구조

삼성전자,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잘 몰랐다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아세요.

“말도 안 된다”였어요.

당시 한국은 반도체를 만들어본 경험이 전혀 없었어요. 기술도 없고, 인력도 없고, 인프라도 없었어요. 일본과 미국이 이미 수십 년씩 기술을 쌓아온 시장에 맨손으로 뛰어드는 거였거든요. 삼성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했고, 정부도 회의적이었어요.

그런데 이병철은 밀어붙였어요. 그리고 불과 10년 만에 삼성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가 됩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결과가, 당시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이 이야기에서 삼성전자를 이해하는 핵심이 나와요. 이 기업은 그냥 크게 성장한 기업이 아니에요. 불가능해 보이는 시장에 뛰어들어 판 자체를 바꿔버린 기업이에요. 그리고 지금도 그 싸움을 하고 있어요.


삼성전자는 사실 세 개의 회사다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반만 맞아요.

삼성전자 안에는 사실상 세 개의 다른 회사가 있어요.

첫 번째는 반도체 회사예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라고 불러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담당해요. 이 부문이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중심이에요. 업황이 좋을 때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여기서 나와요.

두 번째는 스마트폰 회사예요.

MX(모바일 익스피리언스) 부문이에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만들어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애플과 1·2위를 다투는데, 특히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는 압도적이에요.

세 번째는 가전·디스플레이 회사예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여기도 글로벌 시장에서 1위예요. 삼성 TV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 17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에요.

이 세 사업이 하나의 회사 안에 있어요. 각각 독립된 회사로 봐도 전 세계 최상위권인 사업들이 한 지붕 아래 있는 거예요.

근데 이게 장점이면서 동시에 복잡성이기도 해요. 세 사업의 경기 사이클이 달라서, 어느 한 부문이 망해도 다른 부문이 버텨주는 구조이기도 하고, 반대로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반도체가 왜 핵심인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가 왜 이렇게 중요한지, 숫자로 보면 바로 이해가 돼요.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2022년 초,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분기에 14조 원을 넘었어요. 근데 반도체 시장이 꺾인 2023년 초에는 같은 회사가 분기 영업이익 6,400억 원으로 떨어졌어요. 1년 사이에 이익이 20분의 1 토막이 난 거예요.

이게 삼성전자를 이해하는 핵심이에요. 이 기업은 반도체 사이클이 곧 실적 사이클이에요.

반도체 시장이 왜 이렇게 출렁이냐면, 구조적인 이유가 있어요. 반도체는 수요 예측이 어려워요. 스마트폰이 잘 팔릴 것 같으면 기업들이 반도체를 많이 주문해요. 그러면 가격이 오르고,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을 증설해요. 근데 공장이 완성될 때쯤 되면 수요가 꺾여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공급이 넘치고 가격이 폭락해요.

이 호황-불황 사이클이 반복되는 산업이에요. 그래서 삼성전자를 볼 때 “지금 반도체 사이클이 어디에 있느냐”를 같이 봐야 해요.


HBM 전쟁, 삼성이 지고 있는 싸움

지금 삼성전자가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부분이 HBM이에요.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AI 서버에 들어가는 핵심 메모리예요. 엔비디아 AI 칩 옆에 붙어서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역할을 해요. AI 붐이 터지면서 이 메모리 수요가 폭발했어요.

근데 이 시장에서 지금 주도권을 쥔 건 삼성이 아니라 SK하이닉스예요.

SK하이닉스가 HBM 기술에서 앞서나가면서 엔비디아의 메인 공급자 위치를 차지했어요. 삼성도 HBM을 만들지만,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수율 문제가 있었거든요. 삼성이 메모리 시장 전체 1위인데, 가장 핫한 제품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 거예요.

이게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핵심 이유 중 하나예요. 지금 삼성은 HBM 경쟁에서 만회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어요.


파운드리, TSMC라는 벽

반도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스스로 설계한 칩을 스스로 만드는 종합반도체기업(IDM)과, 남의 설계를 받아서 대신 만들어주는 파운드리예요.

삼성은 두 가지를 다 해요. 근데 파운드리에서 TSMC라는 압도적인 벽이 있어요.

TSMC는 전 세계 첨단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요. 애플, 엔비디아, AMD, 퀄컴이 전부 TSMC 고객이에요. 삼성도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고 있는데, 수율과 기술력에서 아직 TSMC와 격차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예요.

여기서 삼성만이 가진 딜레마가 하나 있어요. 삼성은 갤럭시 스마트폰도 만들어요. 즉, 삼성 파운드리의 잠재 고객인 애플 입장에서는 “내 칩 설계를 경쟁사한테 맡길 수 있나?”라는 의문이 생겨요. 파운드리 고객사와 완제품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가 TSMC에 없는 삼성만의 핸디캡이에요.

이걸 극복하기 위해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정보 장벽을 세우고 있지만, 고객사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는 건 쉽지 않아요.


스마트폰, 애플과의 끝없는 싸움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은 전체 판매량 기준으로 1위예요.

근데 이익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이익의 85% 이상을 가져가요. 나머지 모든 기업이 15%를 나누는 구조예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기냐면, 프리미엄 시장 구조 때문이에요. 아이폰은 1,000달러 이상 고가 시장에서 압도적이에요. 삼성 갤럭시 S시리즈도 프리미엄이지만, 삼성은 중저가 A시리즈 라인업도 운영해요. 대중 시장까지 커버하다 보니 평균 판매가격이 낮아져요.

삼성이 갤럭시 Z폴드, Z플립 같은 폴더블 폰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애플이 없는 폼팩터를 선점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차별화를 만들려는 거예요. 실제로 폴더블 시장은 삼성이 압도적 1위예요.


가전, 조용히 세계 1위를 유지하는 사업

삼성 가전 이야기를 하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숫자가 대단해요.

TV는 17년 연속 세계 1위예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도 글로벌 상위권이에요. 이 사업들은 반도체나 스마트폰처럼 극적인 성장은 없지만, 꾸준하게 돈을 벌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해요.

최근에는 ‘스마트싱스’라는 IoT 플랫폼으로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들려 하고 있어요. 삼성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스마트폰이 전부 연결되는 구조예요. 애플이 아이폰·맥북·애플워치를 묶어서 전환 비용을 높이는 것처럼, 삼성도 가전 생태계로 고객을 잡아두는 전략이에요.


지금 삼성전자의 가장 큰 숙제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삼성전자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어요.

세 가지 전선에서 동시에 도전을 받고 있어요.

반도체에서는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파운드리에서 TSMC 벽이 여전해요.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이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중저가에서는 중국 샤오미·오포·비보가 치고 올라오고 있어요.

파운드리에서는 TSMC뿐 아니라 인텔도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세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받는 구조예요.

근데 여기서 삼성의 역사를 다시 보면 흥미로워요. 1983년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 10년 만에 1위가 됐어요.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장에서 고전하다가 갤럭시 S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을 바꿨어요.

지금의 어려움이 과거의 어려움보다 더 크냐, 아니면 이번에도 돌파구를 만들어내느냐. 이게 지금 삼성전자를 보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에요.


삼성전자를 보는 세 가지 관점

삼성전자를 제대로 보려면 세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해요.

반도체 사이클 어디에 있나.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국면이면 이익이 빠르게 회복돼요. 지금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지가 실적을 결정해요.

HBM과 파운드리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나. 삼성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TSMC 대비 격차를 줄이고 있느냐가 중장기 방향을 결정해요.

스마트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나. 갤럭시 브랜드의 프리미엄 위상이 유지되는지, 폴더블 같은 혁신 제품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지를 봐야 해요.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방향이 삼성전자의 3~5년 후를 결정할 거예요.

1983년에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뒤집은 회사예요. 지금의 어려움을 또 한 번 뒤집을지, 이번엔 진짜 구조적 위기인지. 그 판단은 결국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적어도 이 회사를 볼 때 단순히 “삼성이니까 괜찮겠지”나 “요즘 어렵다더라”로 끝내기엔 너무 복잡하고 흥미로운 기업이에요.


함깨 보면 좋은 글

한미반도체는 어떤 회사일까?

전력 인프라 시대, 효성중공업은 어떤 기업일까

반도체 장비 산업은 왜 사이클보다 먼저 움직일까?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