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기업의 특징, 숫자보다 중요한 3가지 기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업, 어떻게 알아볼까

2000년 닷컴 버블 때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던 기업 중 하나가 펫닷컴(Pets.com)이었어요.

반려동물 용품을 인터넷으로 파는 회사였는데,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이 수천억 원을 넘었어요. 슈퍼볼 광고까지 했고, 언론은 “인터넷 시대의 아마존이 될 것”이라고 떠들었죠.

상장한 지 268일 만에 폐업했습니다.

왜 망했냐고요? 매출은 있었어요. 성장도 했어요. 근데 강아지 사료를 팔아서 버는 돈보다 배송비가 더 들었어요. 성장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였던 거죠.

반면 같은 시기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기업이 있었어요. 넷플릭스. 2000년대 초반 DVD 우편 배달 서비스로 시작해서, 지금은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기업이 됐어요.

이 두 기업의 차이가 뭔지 이해하면, 기업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져요.


매출 성장은 거짓말을 한다

기업을 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매출이에요.

근데 매출 성장은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추면 매출이 늘어요. 마케팅 비용을 폭발적으로 늘리면 고객이 몰려요. 공격적으로 할인 쿠폰을 뿌려도 숫자는 올라가죠.

쿠팡이 초기에 수조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성장했던 게 이 방식이에요. 의도적인 적자로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었는데, 이건 쿠팡처럼 자본이 받쳐주는 기업만 쓸 수 있는 방식이에요.

대부분의 기업은 그 자본이 없어요. 그래서 외형 성장에 집착하다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뭘 봐야 할까요.

매출이 아니라 매출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봐야 해요.

같은 100억 원 매출이어도, 원가가 90억이냐 40억이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냐, 마케팅 비용을 퍼부어야 오냐도 달라요. 한 번 사고 끝이냐, 반복해서 사느냐도 달라요.

이걸 보는 지표들이 있어요.

영업이익률이 첫 번째예요.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얼마가 남는지예요. 매출이 크더라도 영업이익률이 낮으면 구조적으로 취약한 사업일 가능성이 높아요. 한미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이 45%라고 했잖아요. 이게 왜 대단한지 이제 감이 오죠.

고객 획득 비용(CAC) 대비 고객 생애 가치(LTV)가 두 번째예요.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보다, 그 고객이 평생 가져다주는 수익이 얼마나 큰지를 보는 거예요. 이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사업 구조예요.

반복 수익(Recurring Revenue)이 세 번째예요. 한 번 계약하면 매달 돈이 들어오는 구조인지를 봐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를 구독제로 바꾼 이유가 여기 있어요.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매출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쌓여요.


해자(Moat)라는 개념

워런 버핏이 기업 분석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해자(Moat)’예요.

해자는 중세 성 주변을 둘러싼 물길이에요. 적이 성을 공격하려면 이 물길을 건너야 하죠. 기업에서 해자는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방어막이에요.

해자의 종류가 몇 가지 있어요.

브랜드 해자가 첫 번째예요. 같은 품질이어도 사람들이 더 비싸게 주고 사는 브랜드. 루이비통,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가 여기 해당해요. 샤넬 향수와 동일한 성분의 무명 향수가 있어도 사람들은 샤넬을 사요. 이 브랜드 파워가 가격 결정권을 주거든요.

전환 비용 해자가 두 번째예요.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예요. 애플의 생태계가 대표적이에요. 아이폰, 맥북, 애플워치, 에어팟이 연결되어 있으면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게 엄청나게 번거로워요. 기업용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예요. SAP이나 오라클 ERP를 한번 도입하면 바꾸는 데 몇 년이 걸려요.

규모의 경제 해자가 세 번째예요. 크면 클수록 원가가 낮아지는 구조예요. 아마존이 여기 해당해요. 물류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건당 배송 비용이 낮아지고, 그 비용 우위로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 작은 경쟁자는 이 구조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네트워크 효과 해자가 네 번째예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유용해지는 구조예요. 카카오톡이 대표적이에요. 주변 사람 모두가 카카오톡을 쓰는데 나만 다른 앱 쓰는 게 불편하잖아요. 이 네트워크 효과가 강할수록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오기가 엄청 어려워요.

기술·특허 해자가 다섯 번째예요. 특허나 독점 기술로 경쟁자가 법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구조예요.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여기 해당해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기업인데, 이 기술을 따라오려면 수십 년이 걸려요.


산업 구조가 기업 운명을 결정한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가 있어도, 속한 산업 구조가 나쁘면 한계가 있어요.

마이클 포터의 5가지 경쟁 요인 분석이 여기서 나와요.

경쟁 강도가 첫 번째예요. 업계 내 경쟁자가 많고 치열할수록 가격이 내려가고 수익성이 떨어져요. 항공사 산업이 대표적이에요. 엄청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산업인데, 경쟁이 치열해서 워런 버핏조차 “항공사에 투자한 건 실수였다”고 했을 정도예요.

대체재 위협이 두 번째예요. 우리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얼마나 쉽게 생기느냐예요. 택시 산업이 우버에 흔들린 게 이 대체재 위협이었죠. 코닥 필름이 디지털 카메라에 무너진 것도요.

공급자 협상력이 세 번째예요. 원재료를 공급하는 기업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구조인지예요.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강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포토레지스트를 몇 개 기업이 독점 공급하니까, 삼성이나 TSMC도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거예요.

구매자 협상력이 네 번째예요. 고객이 가격을 후려칠 수 있느냐예요. 고객이 1~2개 대형 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면 “우리한테 싸게 팔아, 안 그러면 딴 데서 산다”는 압박을 받아요. 반면 고객이 수천만 명의 소비자로 분산되어 있으면 가격 결정권이 기업한테 있어요.

신규 진입자 위협이 다섯 번째예요. 새로운 경쟁자가 얼마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느냐예요. 진입 장벽이 낮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높으면 기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요.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모두 유리한 산업은 드물어요. 하지만 이 구조를 분석하면 “왜 어떤 산업의 기업들은 꾸준히 돈을 버는데, 어떤 산업은 다들 힘든지”가 보여요.


살아남은 기업들의 실제 사례

이론보다 실제가 더 와닿을 수 있어요.

코카콜라는 1886년에 창업했어요. 138년이 넘은 회사예요. 지금도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하루 20억 개 이상의 음료가 팔려요. 이 기업의 해자가 뭔지 아세요? 브랜드예요. 콜라 제조법은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근데 코카콜라 브랜드를 대체할 수 없어요. 레시피를 알아도 코카콜라를 이길 수 없는 구조예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시대에 망할 뻔했어요. 모바일 OS 시장에서 완전히 졌거든요. 근데 살아남았어요. 어떻게? 클라우드(Azure)와 기업용 소프트웨어(Office 365)로 전환했어요. 전환 비용 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기업들이 이미 쓰고 있는 엑셀, 워드, 아웃룩을 버리고 다른 걸 쓰는 게 너무 번거롭거든요.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기업들을 보면 패턴이 보여요.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무디스, 애플. 공통점이 있어요. 전부 해자가 강한 기업이에요. 워런 버핏은 “5살짜리한테 설명할 수 없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 기업이 왜 오래 살아남는지를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국내에서는 NAVER가 흥미로운 사례예요.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전 세계를 장악했는데, 한국은 예외예요. 이유가 뭘까요. 네이버가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카페, 블로그, 지식IN, 쇼핑, 금융까지 한국 인터넷 생활 전반을 장악했기 때문이에요. 한국 특화 네트워크 효과가 구글의 기술력보다 더 강한 해자가 된 거예요.


재무제표에서 건강한 기업 보는 법

숫자도 봐야 하는데, 어떤 숫자를 봐야 하는지가 중요해요.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먼저 봐요. 기업이 주주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지예요. 워런 버핏은 ROE가 꾸준히 15% 이상인 기업을 좋아해요. 10년 이상 꾸준히 높은 ROE를 유지하는 기업은 구조적으로 뭔가 강한 게 있다는 신호예요.

잉여현금흐름(FCF)을 두 번째로 봐요. 영업 활동으로 번 돈에서 투자 비용을 뺀 순수하게 기업에 쌓이는 현금이에요. 이익이 나도 현금이 안 쌓이는 기업은 회계상 이익을 내고 있는 거예요. 진짜 돈은 현금흐름에 있어요.

부채비율을 세 번째로 봐요. 위기가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체력이에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같은 충격이 왔을 때 부채가 많은 기업은 쓰러졌고, 현금이 많고 부채가 적은 기업은 살아남았어요. 버핏이 현금을 항상 수십조 원씩 쌓아두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결국 이 질문 하나로 수렴된다

기업 분석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해요.

“이 기업이 10년 뒤에도 지금과 비슷한 이유로 돈을 벌고 있을까?”

코카콜라는 10년 뒤에도 브랜드로 돈 벌 가능성이 높아요.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뒤에도 기업들이 오피스를 쓸 가능성이 높아요. ASML은 10년 뒤에도 첨단 반도체 공장에 장비를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단순히 트렌드에 올라탄 기업, 경쟁자가 쉽게 따라올 수 있는 기업, 성장이 마케팅 비용에 의존하는 기업은 10년 뒤를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워요.

이 질문에 “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 그게 장기 투자의 출발점이에요.

숫자는 과거를 보여주고, 해자는 미래를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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